상해단신

과유불급

요즈음 '중국 주식시장 특유의 변동성이 싹 없어져 버렸다'라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듣고 있소. 이 이야기를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중국 주식시장은 당연히 변동성이 비정상적으로 커야 제맛인 시장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을 것이오. 오늘 書信은 중국 본토시장의 변동성에 대해 이야기 해 보기로 하겠소.

이것저것 들먹이기 전에 결론부터 '쿨하게' 정리하고 들어가는 上海短信의 특징을 고려하여, 이번 주에도 결론부터 짓고 말을 풀어갈 생각이오. 다른 나라 시장과 비교해서 살펴 보면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은 조금 높은 수준이나,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수준만큼 '무조건 화끈한' 시장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올해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을 체감해 본 투자자라면 '중국시장의 변동성이 크지 않다니, 잠꼬대하지 말아!'라며 一喝을 할 수는 있을 것이오. 사실 개별종목도 아니고 한 나라의 대표지수가 하루 2%~3% 정도는 예사로 움직였으니 충분히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소. 그러나 장기 시계열로 수치를 정리한 후 들여다 보면 올해 상해종합지수가 보여줬던 살인적인 변동성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라는 점을 쉽게 알아볼 수 있소.

주간수익률의 52주 표준편차를 기준, 중국시장의 변동성은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평균 2.75% 수준을 보여주고 있소. 동일한 기간, 동일한 기준으로 미국 S&P500지수의 변동성을 측정해 보면 2.03% 수준이고, KOSPI의 변동성은 2.11%요. MSCI Emerging Market지수의 경우는 2.5%이니, 중국시장 대비 그렇게 낮은 수치도 아닌 것으로 보이오. 따라서 상해종합지수는 선진국과 대비해서는 확실히 변동성이 높다고 할 수 있으나, 다른 신흥시장들의 기준으로 보면 특별히 '화끈한' 시장으로 볼 근거는 희박하다 할 수 있겠소이다. 과거와 비교해 봐도 올해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보이오. 현재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은 5%를 상회하고 있는데, 2009년 이후 상해종합지수가 이 정도 수준의 변동성을 보여준 사례는 없소이다.

이렇게 이야기 하면 '아무리 그래도 개별종목도 아니고 한 나라 대표지수의 변동성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나는 게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해 올 수도 있을 것이오. 그런데 사실 주가가 버블수준까지 올라갔다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국면에서는 심지어 선진국시장도 변동성이 평소 2배로 증가하기도 한다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IT버불이 붕괴될 때 나스닥시장의 움직임이었다고 할 수 있소. 1990년대 내내 미국 나스닥지수 주간수익률의 변동성은 1%대 후반~2%대 후반을 맴돌았으나, IT버블이 본격적으로 붕괴되던 2000년~2001년에는 무려 6%를 상회하기도 했다오. 즉 올해 상해종합지수가 보여주었던 수준의 변동성은 정상적인 수준은 넘어섰으나, '역사적 유례가 없는 수준의 살인적인 변동성'은 분명 아니었다는 결론이 가능하오.

지금까지의 변동성에 대해서는 위와 같이 정리를 하고, 그럼 앞으로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은 어떻게 될까에 대한 의견을 지금부터 기술해 볼까 하오. 본인은 향후 상해종합지수의 변동성은 과거에 보여주었던 정상적인 변동성 수준, 즉 올해 변동성의 1/2 수준까지 급하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소. 위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근거는 아래의 두 가지일 것이오.

하나는 당연한 이야기로서, 현재 상해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주가수준이 버블 수준이라고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평소의 두 배가 넘는 살인적인 변동성이 나타나는 기간은 대체로 주식시장의 버블이 급격히 붕괴되는 국면이라고 할 수 있소. 그런데 상해주식시장의 경우 현재 PER이 11배 정도의 수준으로서 단기적으로 붕괴가 임박한 버블수준이라고 볼 수 없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유례없는 변동성을 만들어낼 재료' 자체가 이미 소진된 상황'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소.

두 번째 이유는 수급적인 부분이요. 올해 상해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급격하게 상승시킨 수급주체는 개인투자자들이 쌓아올린 신용잔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이 신용잔고가 급격하게 늘어날 때는 주가를 상승시키는 변동성이 발생했고, 같은 신용잔고가 '털려 나갈 때는' 반대의 변동성이 급등했기 때문이오. 그런데 현재 중국의 신용상황을 보면, 장내신용의 경우 연초대비 절대 규모 자체가 50% 이하로 줄어 들어있는 상황이오. 변동성 확대의 원흉으로 주목 받던 장외신용 또한 중국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더 이상 큰 이슈로 작용하지는 않고 있다오. 신용매매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을 고려할 때 당분간 신용이 크게 늘어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중국 주식시장의 변동성 또한 줄어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소.

똑 같은 변동성인데, 주가가 상승하면 '역시 박진감 넘치는 시장'이라고 칭찬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도박판과 다를 바 없는 시장'이라고 혹평을 해 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간사함이 아닐까 생각하오. 어찌어찌 하다 보니 상해주식시장이 무슨 투기적인 시장의 대명사로 낙인 찍혀버린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지나치게 가혹한 평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오. 원래부터 변동성이 좀 높은 시장이기는 했어도 다른 신흥시대 대비 '비정상적인 변동성을 보이는 시장'이라고 간주할 만한 근거 또한 딱히 없기 때문이오. 결국 중국 본토시장도 다른 하나의 주식시장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올해에 있었던 예외적인 경우를 가지고 그것이 상해시장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대변하는 현상으로 간주해 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워 오늘도 몇 자 적어봤소.